24. 11. 03
저번 주에는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가야해서 가볍게 10km만 뛰었다. 작년에는 10km를 뛰는 것이 도전이었는데, 이제는 이 정도 거리를 '가볍게'라고 표현할 수 있는 나 자신이 신기하다.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도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래서 스포츠를 끊을 수 없나보다. 할 수 없었던 것이 꾸준히 노력하면 가능해진다는 경험은 몇 안 되는 특별한 기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원래 11월 1일 금요일에도 테니스 레슨을 취소하고 뛰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비가 왔다. 이미 레슨은 취소했지만, 비 때문에 밖에서 뛸 수는 없었다. 몸을 가만히 두면 안 될 것 같아, 그렇게도 하기 싫었던 러닝머신 위에 올라갔다. 보고 싶었던 넷플릭스 영화를 틀고, 머리 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준비를 마쳤지만, 이놈의 기계 위에서 10km 이상 뛰는 것은 여전히 힘들었다. 우의를 입고 밖에서 뛰었어야 했나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면 사람들이 미친X이라고 했겠지. 겨우 '가벼운' 거리라고 할 수 있는 10km를 뛰고 난 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채 헉헉대며 쓴 입맛을 다셨다.
안 되겠다. 주말에 제대로 뛰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일요일 아침, 미니 단백질바 하나를 먹고 마지막 연습을 하러 집을 나섰다. 저번처럼 구름이 해를 가려주면 좋았을 텐데,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완연한 가을 하늘이었다. 조금 뛰자마자,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내 얼굴과 손, 온몸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11월인데, 언제쯤 더위가 끝날까...
이번에는 필라테스 선생님이 알려준 자세를 기억하며 뛰었다. 이전 레슨에서 왼쪽 발목이 이상하다고, 몸이 왜 한쪽으로 기우느냐고 지적하셨다. 선생님은 아치를 살리고 안쪽 발뒤꿈치를 잘 사용해야 안쪽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고, 엉덩이까지 연결된다고 조언했다. 나는 뛰는 동안 발목을 잘 움직이지 않고 탁탁 거리며 뛰는 버릇이 있는데, 발목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안쪽 발뒤꿈치를 의식하며 뛰자 좌측 고관절 통증도, 오른쪽 발목의 통증도 사라졌다.
필라테스 선생님, 그녀는 내 운동 생활의 진정한 은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윗배가 뭉치는 듯했고, 계속 입과 목이 말라 평소보다 속도가 더 나오지 않고 몸도 무겁게 느껴졌다. 사실 전날 점심에 내가 만든 라자냐를 먹고 체한 이후, 아침에 미니 단백질바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내가 만든 음식이 이렇게 위험할 줄이야...).
10km를 넘기자, 목이 너무 말라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을 구하고 싶을 정도였다. 뛸 때 보이는 천변의 물이 너무 달콤해 보였다. '그래... 무리하지 않는 게 좋겠지. 오늘은 18km는 무리일 것 같으니 16km만 뛰자. 그 정도만 해도 하프 마라톤은 뛸 수 있을 거야.'라는 타협의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18km를 안 뛰면 찝찝할 거야. 이 아침에 굳이 나선 의미가 없잖아.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라는 후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후자가 이겼다. 하마터면 타협에 넘어갈 뻔했다.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고, 화장실 가고 싶은 배와는 다른 복통이 느껴졌다. 평소보다 걷는 빈도는 늘어났지만, 다시 뛰었다. 신 음식을 떠올리며 마른 입에 침이 돌게 하려 했지만 효과는 없었고, 입 안이 사막처럼 말라 입안의 껍질이 벗겨지는 것이 느껴질 즈음, 드디어 목표했던 18km에 도달했다.
“으아...!” 나도 모르게 목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속도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끝까지 해낸 스스로가 대견했다. 하프 마라톤을 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이온음료를 사서 벌컥벌컥 마셨다. 희한하게도 위와 십이지장을 잇는 부분의 조임근인 유문근이 꽉 조여져 위에 들어간 음료가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화장실 변기가 막혀 거시기가 내려가지 않는 것처럼. 윗배가 너무 아프고 입 안에 신물이 올라와 토할 것 같아 한참을 화단 옆에 서 있었다.
이런 체한 증상은 약을 먹어도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소화가 안 되니 음식을 적게 먹게 되어 살이 빠졌다는 긍정적인 부분은 있지만, 배가 고픈 듯, 속이 쓰린 듯, 소화가 안 된 듯한 느낌이 계속되니 썩 유쾌하진 않다.
남편은 말했다. "자기 몸이 이러는 거지. 내 주인님이 요즘에 사자한테 자주 쫓기네. 또 언제 쫓길지 몰라. 요즘 사자는 오래 잘 뛰어서 주인이 계속 도망가야 하니까 소화를 멈춘거야."
그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음 주가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목표는 2시간 반. 할 수 있을 것 같다. 목표를 이루면 기분이 너무 좋을 것 같다. 몸이 힘들고 무리해도 이걸 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바로 ‘내가 해냈다’는 그 느낌이 그리워서였다.

https://blog.naver.com/evenreviewer/223647933908
마라톤 도전기(4)
24. 11. 03 저번 주에는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가야해서 가볍게 10km만 뛰었다. 작년에는 10km를 뛰는 것이...
blog.naver.com

'끄적끼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마라톤 도전기(3) (2) | 2024.11.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