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10. 18
원래 금요일 오전은 테니스 레슨을 가는 날이지만, 이번 주는 마라톤 연습을 위해 레슨을 빼기로 했다. 그런데 목요일 일기예보를 보니 금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네...? 이번 주 목표는 16km를 달리는 것인데, 비가 오면 어떡하라고! 물론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헬스장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런닝머신에서 뛰는 것이 유독 힘들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상을 봐도 런닝머신 위에서는 목표를 달성할 자신이 없다.
금요일 아침, 하늘은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일기예보를 다시 보니 오후부터 비가 올 예정이라고 한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는, 달리기에 필요한 착장을 갖추고 밖으로 나섰다. 나는 더위에 특히 약한 편인데, 오늘은 날이 흐려 햇볕이 땅을 데우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예상대로 3km 정도 달리니 몸이 풀리기 시작했고, 점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저번 저녁에 뛰었을 때처럼 1km당 6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아침이라 몸이 덜 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열심히 뛰던 중, 아랫배가 묵직해지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거 큰 신호인데...' 배에 가스가 차오를 수록 괄약근을 더욱 힘차게 조였다. 평일 아침이라고 해도 내가 뛰는 천변은 지역에서 유명한 산책로라서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는 그들에게 갑작스러운 독가스를 살포할 수는 없었다. 나는 개념과 예의를 갖춘 사회화된 인간이니까.
10km를 넘어서자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배가 너무 아팠다. '그냥 돌아갈까...?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우리 집인데...', ' 아니야! 이렇게 포기할꺼야?! 이런 핑계로 포기하면 대회 당일날 니가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속 두 인간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공중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제발 너무 지저분하지 않기를, 휴지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엉거주춤 절뚝걸음으로 냅다 뛰어 들어갔다.
역시나 내가 사랑하는 작은 이 소도시는 간이 화장실마저도 깨끗했고, 휴지도 충분히 있었다. 덕분에 안정을 되찾고 다시 뛸 힘을 얻었다. 그러나 걱정도 함께 밀려왔다. 마라톤 당일에는 긴장해서 더욱 '장 트라볼타'가 찾아올 텐데, 대회 코스를 보니 논두렁만 있고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전날 관장이라도 하고 자야 하나?' 장 문제를 고민하며 달리다 보니 처음 가보는 길이 나타났다.
이쪽은 평소 가지 않던 길이라 낯설었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숨이 가빠도 주변을 둘러보며 동네 구경을 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고관절과 오른쪽 발목 안쪽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14km를 지나자 '몸이 너덜거린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비록 더운 날은 아니었지만,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통증 때문에 잠시 걸어보았지만, 뒤에서 누군가 미는 느낌이 들어 걷는 것이 더 힘들었다.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저기 보이는 코너만 돌면 끝인데, '저기'가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시간 48분이 지나서야 드디어 16km 목표점을 통과했다. 스트레칭을 한 후,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며 '마라톤 하프가 끝나면 내 몸은 정말 산산조각 나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든데도 굳이 이걸 하는 이유는 오늘도 찾지 못했지만, 목표를 달성한 기분은 뿌듯했다.
다음 목표인 18km까지 성공하면 하프 마라톤에 도전할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결전의 날이 오기 전까지 뛰면서 무릎과 왼쪽 고관절, 그리고 오른쪽 발목 안쪽의 통증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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